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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Art: 퍼블릭 아트] 5월호 2014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An-yang Public Art Project

공공예술에서의 새로운 노력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공간에 대한 예술적 개입을 적극추진하고 있다. 작은 마을단위의 예술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도시재생에서부터 공공공간에 대한 예술적 실천들까지 다양하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고, 몇몇 프로젝트의 경우 낙후된 환경이 개선되고 동시에 문화적 욕구가 충족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편, 이러한 지자체의 노력이 늘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하여 해외의 이름값 높은 예술가나 건축가를 초청한다. 행사가 주목 받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유명한 작가의 이름을 빌어 흥행몰이를 하는 것이다. 행사 이후 그들이 만든 조형물이나 건축물이 남긴 하지만, 대게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다. 때때로 어떤 조형물은 도시의 공공공간과 시각적 맥락과 맞지 않아 민원의 대상이 된다. 건축물은 빈약한 사용 프로그램으로 황폐해지기도 한다. 맥락과 쓰임에 대한 기획은 공공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민으로부터 가능하다. 물리적 장치를 세우는 것 만으로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이 되기에는 모자라는 점이 많다. 수집가들에게 환호 받는 유명 예술가라고 하여 공공예술작업을 늘 성공적으로 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 장치들이 도시의 공공공간에 들어서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근래에 들어 확산된 건축에 대한 관심은 유명 건축가의 건물을 수집품처럼 다루는 한 풍조를 낳았다. 공공예술프로젝트들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도시의 브랜드 제고에 효과가 있는 점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건축물의 쓰임은 세워지고 난 뒤 정해지게 되거나 전시공간이라는 애매한 용도가 부여되고 이에 따라 구조변경이 일어난다. 건축물은 조각품이 아니다. 분명 도시와 교감하는 공간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나야 어떠한 건물이든 알맞은 쓰임을 가진다. 공간의 점유와 사용을 통해 그 건축물은 다시 건축된다. 건축물이 공공 영역에 들어선다면 더욱 그러하다. 건축에서의 이러한 메커니즘은 공공예술에도 상당히 비슷하게 적용된다. 공공예술작품이 설치 이후 시민들과 어떻게 교감하는가에 따라 도시환경과 우리 일상도 달라지다.

작금의 현실 속에서, 3월 28일 막을 올린 제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주제 ‘퍼블릭 스토리’는 다른 공공예술관련 행사들과 다르게 와 닿는다. 기획자는 앞서 언급한 여러 시행착오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잘 간파한 듯 하다. 누군가를 불러 또 물리적인 장치를 보태기 보다는 기존에 만들어진 조형물이나 건축물이 어떻게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예술감독 백지숙은 애초에 미디어 아트를 중심으로 한 기획을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세 차례에 걸친 공공예술행사가 사후관리의 미흡으로 안양시민과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고 지방정부의 재정도 악화되다 보니 안양시 의회에서는 예산삭감을 진행한 것이다. 당초의 기획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취한 태도는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야기될 수 있는 공공예술에 관한 문제들이 오히려 제4회 기획의 주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존 공공예술품의 보존 및 유지관리와 아카이브를 통한 정보화를 선택하였다. 세 차례의 앞선 행사를 통해 설치된 기존 작품들을 철거, 이전, 개 보수, 사용 프로그램 기획이라는 네 개의 카테고리를 통해 재구성 하였다. 공공예술이 주로 펼쳐지는 사이트도 달랐다. 첫 회의 유원지 개발, 두 번째는 신도시개발, 세 번째는 구도심 재개발등 이전 행사는 안양이라는 도시의 성장과 관련한 장소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대상지는 공식적으로 행사의 발원지였던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사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앞선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의해 설치된 기존 공공작업들이 직접적인 사이트가 되었다.

도시공간은 사람들의 일상과 상호작용하면서 끊임없이 유기적으로 변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예술이 설치된 당시의 도시공간과 현재의 공간이 부딪힐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시공간의 맥락이 바뀌므로, 기존 공공예술 작업의 유지보수관리의 관점으로 재구성을 꾀한 이번 프로젝트는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이전이나 변형을 통한 재구성은 적극적 의미의 공공예술품 유지보수관리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제1회 작품이었던 이불의 <벙커-엠바흐친>과 제2회 때 설치되었던 마이클 엠름그린과 잉거 드락셀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안양파빌리온 옆으로 옮겨 설치되었다. 민원이나 무관심 속에서 주목 받지 못하던 작업들이 장소를 옮김으로써 새로운 작업으로 재탄생 한 것이다.

첫 회 행사 때 설치된 작품인 플라잉시티의 <미로언덕>의 경우 어린이를 위한 색다른 놀이 시설물로 인기가 많았다. 당시에는 어린이 놀이터에 관한 관계법규가 없었지만, 지금은 만들어진 상태다. 바뀐 상황에 맞춰 개조될 필요가 있었다. 이 작업은 기존 작가의 동의 하에 리암 길락이 맡았다. 일종의 시간차이를 둔 협업이 행해진 것이다. 한번 설치되면 그 장소에 영원히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예술품들이 시간의 켜에 따라 재배치되고 수정이 가해짐으로써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생명을 얻은 것이다.

물리적 개선을 너머 적극적 의미의 유지관리보수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기존의 작품에 퍼포먼스와 같은 시간예술이 덧입혀지는 것이다. 개관식에서 행해진 네덜란드 건축가그룹 ‘MVRDV’의 대형 작품 ‘안양전망대’를 악기로 삼아 연주하는 퍼포먼스가 그 예다. 미디어아티스트 심지영이 안양예고 학생들과 함께 북채를 이용해 작품을 두드려 소리를 내는 타악 공연이다.

유지보수관리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이뤄진 것 만은 아니다. 엘라스티코의 작품인 <오징어 정거장>은 작품의 노후화로 그 동안 세 번의 보수를 해야 했다. 안양시의회에서는 이 작품을 돈을 들이고도 시민과 교감하지 못하는 공공예술작품의 사례로 지적하면서 공공예술 전반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실 이 작품은 원래 있었던 버스정류장과 연계된 공공예술작품이었으나 지금은 버스정류장이 없어져 작품이 설치된 장소의 맥락이 달라졌다. 오징어 정거장에 딸려 있는 1평 전망대 역시 주변의 개발로 인해 그 기능이 무색해 졌다.

처음에는 개축방안을 논의하다가 결국 철거 쪽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들의 반발이 있었다. 사실 법적으로는 작가의 동의 없이도 철거가 가능하지만, 기획자는 현실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법적인 잣대를 선택하지 않았다. 작가와의 협의를 우선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점을 가지지 못하고 결국 철거되었다. 이 작품의 초기 기획단계를 들여다보면, 협소한 인도에 공공예술품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부터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 이미 수립된 도시에 대한 향후 발전계획만 열람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과 공공예술의 소통을 위해 그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과정을 아카이브로 만든 것은 공공예술프로젝트에 있어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지자체 주도의 예술관련행사들이 공적 자금 지출의 당위성을 입증하고자 주로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는 동안 공공예술에서 사후관리와 아카이브는 간과되어 왔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사람들이 도시환경에 대한 예술적 개입이 지니는 의미를 알게 하고 효과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중요하다. 사후관리는 공공예술품과 사람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유지하게 해주며, 아카이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묻힐 수 있는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기록해두어 향후 의미 있는 작품 해설서가 될 수 있다.

프로젝트 아카이브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첫 회 때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안양파빌리온에 마련되었다. 그 동안 애매한 칸막이 벽으로 채워져 대관용 갤러리로 사용되던 것이 안양 공공예술 아카이브 중심의 공공예술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건립된 10여 년 만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담은 것이다. 공원도서관장 길예경에 따르면, 여기서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의 공간화를 꾀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를 실행하는 절차 또한 주목할 만하다. 선임 예술감독 세 사람의 추천을 받아 도서관 내부디자인을 담당할 건축가 후보가 정해졌다. 각 건축가는 디자인 계획안을 마련하고 시민에게 공개하여 적합한 안을 선정하였다. 그 과정도 열람 가능하도록 전시되어 있다. 더불어 예술작품을 해설해주는 도슨트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는데, 안양파빌리온 안에 이러한 기능도 부가되었다. 이를 통해 공공예술을 해석해주는 중간자로서의 도슨트를 보다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을 용이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무형적 프로그램의 개입을 통해 공공예술의 물리적 장치와 사람들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공공예술의 소비주체인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함께 마련된 것이다.

이번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공공예술을 비롯한 도시환경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공공’이란 무엇인가? 공공예술이란 공공장소에 설치된 예술작품일까? 공공장소를 주제로 사회적 의미를 담는 작품을 지칭하는 것일까? 공적 자금으로 만들어진 작품일까? 공공이 참여한 작품일까? 공공예술에 관련된 집단 별로 ‘공공’이라는 의미가 다를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공’의 공통적 의미를 찾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의미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 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이러한 논의는 공공예술 자체뿐만 아니라 나아가 예술을 통한 도시환경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기존에 행사자체나 물리적 결과물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 추진을 되돌아봐야 한다. 이미 여러 경로로 거론된 적이 있는 도시계획과 통합된 공공예술 추진은 잘 알려져 있다. 더불어 앞선 공공건축이나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드러난 교훈이 공공예술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과에 치우친 진행방식보다는 과정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에 크고 작은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시민을 참여시킴으로써 공공예술에 대한 문제들을 시민들과 같이 공유하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문제와 연관있는 주체들이 인식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해결된 것이다.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그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만족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부분 소통의 부재 때문에 작은 이해로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 큰 사안으로 불거지기도 한다. 어느 과정에 얼마나 깊이 참여시킬지는 더 논의되어야 하겠지만, 공공예술이 도시환경에 대한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면 시민들과 훨씬 더 소통이 용이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도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펼쳐지는 장소다. 동시에 다양한 욕망이 표출되어 훌륭한 구조물로 구현되거나 때로는 잠재된 각기 다른 욕구가 부딪쳐 파괴되기도 한다. 도시의 일상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공공예술은 도시의 풍광을 이루는 일종의 환경적 요소와 같은 것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요소는 도시공간의 장소성과 분위기를 바꾸어 일상에 생산적인 자극을 주면서도 균형감을 잃지 않게 한다. 영감을 주는 장소성은 도시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높인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이나 예술적 계몽의 관점만으로 공공예술의 의미를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알맞은 맥락과 쓰임을 가지며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물리적 장치와 시민과 충분한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무형적 프로그램, 지속 가능한 사후관리 시스템이 도시의 영감을 주는 장소성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도시의 빠른 확장과 성장 속에서 물리적 장치 위주의 개발로 마련된 공간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의 기능만으로는 우리 일상을 뒷받침하기 부족하다. 하드웨어 도시공간이 지닌 한계 때문에 다양한 속성의 소프트 프로그램들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의 건축물도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죽은 건축이 되고 마는데, 프로그램은 바로 사람과 환경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위한 소프트 웨어와 같은 것이다. 이는 공공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성과는 그 동안 간과되었던 사람과 시간성을 인지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확산되고 자리잡아 영감을 주는 도시공간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일상환경이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은주, 공간에서 건축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 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를 했으며,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이다. 공간건축 이사와 SPACE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이자 한양대 겸임교수로 혁신적 도시디자인과 건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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